
건강 악화로 지난 11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의 영결식이 오늘(14일) 엄수됐습니다.
경기 용인시 쉴낙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영결식에는 유족, 나눔의집 관계자, 경기도청 공무원 등 4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나눔의집 세영스님은 이날 추모사에서 "당신이 이루고자 했던 세상을 지속해 이루고 가겠다"며 "한없이 포근하고 다정했던, 역사와 진실 앞에 당당했던 용기 있는 여성 이옥선 당신을 기억하며 추억하며 기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장은 이옥선 할머니에 대해 "자신을 찾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불편한 몸이지만 언제나 밝은 웃음을 보이시며 다른 사람을 위로해 주시고 희망과 꿈을 주셨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분노가 아닌 화해와 대화로 응답하는 더 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쳐주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남겨진 숙제들은 남는 자들의 몫이고 우리들의 책임"이라며 "'잘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힘있게 활동하겠다. 사랑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추모사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넋을 기렸습니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수원사 보선스님과 퇴촌성당 연령회가 참석해 종교의식을 올렸으며, 이후 헌화와 추모시 낭송, 수원 봉녕사 우담화합창단의 추모 음악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장지는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입니다.
나눔의 집에서 거주해 온 이 할머니는 건강 문제로 지난해 3월부터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다가 지난 11일 오후 8시 5분 향년 97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부산 출신인 이 할머니는 14살 때 중국 옌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습니다.
해방 후 중국에 머물다가 2000년 6월 58년 만에 귀국해 이듬해 어렵게 국적을 회복했습니다.
위안부로 겪은 고초로 인한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의 불편을 겪었고 퇴행성 관절염도 심해 보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도 피해 증언 요청 초청장이 오면 국내외 어디든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쇠약해지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일본, 호주 등지를 거의 매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세계인들에게 알렸습니다.
2013년에는 미국, 독일, 일본 3개국 12개 도시를 오가는 강행군 일정도 소화했습니다.
또 2016년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 많은 인생을 다룬 영화 '귀향' 제작진과 함께 미국을 찾아 증언 및 상영회를 갖고 피해 참상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한일 정부의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 등을 중심으로 무효화 주장이 제기됐는데, 당시 이 할머니는 "합의는 잘못된 것이다. 정부를 믿고 사는데 너무 섭섭하다"며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6명으로 줄었습니다.
#위안부 #이옥선 #나눔의집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박지운(zwoonie@yna.co.kr)
당신이 담은 순간이 뉴스입니다!
- jebo23
- 라인 앱에서 'jebo23' 친구 추가
- jebo23@yna.co.kr
ⓒ연합뉴스TV,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